MBTI 과학일까 유사과학일까? 신뢰성 판단

“ENFP였다고? 어쩐지 잘 맞더라! 한국에 MBTI가 상륙하면서 단 4가지 알파벳으로 대화의 시작이 쉬워졌습니다. 과거에는 취미가 무엇인지를 먼저 물었다면 요즘은 MBTI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이 대세 되었죠.

이러한 MBTI를 깊게 공부하고 있는 저에게 많은 사람들이 왜 ‘사이비 학문’을 공부하냐고 많이들 물어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근거도 없이 사이비 과학이라고 밀어붙이는 것만큼 오만한 것은 없습니다. 비과학이라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MBTI 뜻과 유래 정도는 알고 있어야겠죠.

바야흐로 혈액형, 별자리를 잇는 MBTI의 시대가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별자리와 비슷한 MBTI를 왜 믿는지, 어디서 재미를 느끼는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MBTI를 어느 정도까지 믿고 따라야 할지 각각의 의견과 자료를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MBTI는 과학일까?

MBTI가 과학인지 묻기 전에, 우리는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해야 합니다. 과학이라는 단어는 지식을 의미하는 라틴어 “scientia’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과학은 법칙이 될 때까지 1차적으로는 가설을 통해, 다음으로는 이론을 통해서, 관찰되는 사실들을 취급한다. 다시 말해서 과학이란 실험되고 표현되고 평가될 수 있는 사실과 사물의 속성과 현상들과 경험들에 관한 지식입니다.

MBTI는 한 모녀가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카를 융(Carl Jung)의 연구를 토대로 20여 년에 걸쳐 마이어스-브릭스 성격유형지표(MBTI)를 개발했습니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50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이 검사를 받았으며, 지금까지 나온 성격검사 중 가장 대중화된 방식입니다.

5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검사를 했다고 신뢰성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MBTI가 과학일까 비과학일까 판단하는 것은 야래의 글을 읽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주장 1 : 제작자의 전문성

심리학에 사용되는 성격 테스트라고 하면 대부분 심리학자가 이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MBTI는 예외적입니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 Briggs)와 그녀의 딸 이저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riggs Myers)가 카를 융(Carl Jung)의 성격유형이론을 토대로  제작하였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는 그저 심리학을 좋아하는 미국의 한 모녀가 만든 테스트일 뿐입니다.

카를 융 사진

모녀들의 귀감이 된 카를 융(Carl Jung)의 연구 역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융은 모든 인간은 네 가지 스타일로 주변 정보를 인식하고 처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융의 아이디어는 너무 이론적이었고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가 거의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이론적 개념을 사실 정보인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주장 2 : 결과가 계속 변한다.

성격 테스트는 다른 심리 평가와 마찬가지로 의미 있는 측정 방법이 되려면 특정 특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과학적으로 확립된 테스트의 두 가지 주요 특성은 신뢰성과 타당성입니다. 테스트가 “신뢰할 수 있다”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반복 사용에도 지속적으로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MBTI는 검사를 받을 때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도 합니다.

실제로 실험자가 MBTI 검사 후 5주 뒤에 다시 검사를 했는데 모든 응시자의 약 50%가 MBTI에서 이전과 다른 성격 유형을 할당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람의 성격은 몇 주 동안 마술처럼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분명히 MBTI 검사 자체의 문제라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INTP가 INFP로 쉽게 오인될 수 있다면 이들이 제시하는 ‘성격의 범주’가 정말 의미가 있는가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장 3 : 활용도가 낮다.


MBTI가 그렇게 과학적이라면, 임상 실험에 많이 사용됐지 않을까? 예를 들면 MBTI보다 늦은 1976년에 심리학자 폴 코스타(Paul Costa Jr.)와 로버트 매크레이(Robert R. McCrae)가 개발하였으며 인간의 성격을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 신경성 등 5가지의 상호 독립적인 요인들로 설명할 수 있는 Big5와 같은 모델은 통계학을 기반으로 실제 임상 실험에도 많이 활용됩니다.

MBTI의 대체 : MMPI 검사

가장 많이 활용되는 심리 검사는 MMPI(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 검사)인데, 성격 특성과 정신 병리를 측정하는 척도를 포함해 총 567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위 검사는 환자들의 다양한 정신 병리를 진단하는 데에 이용됩니다. 또한, 치료가 필요한 성격 문제를 진단할 시에는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등의 진단 기준에 기반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하지만 MBTI는 어떤가요? 정신적인 병을 측정하는 도구가 되거나, 임상 실험에 사용되기도 어렵습니다. 즉 재미로만 보는 간단한 심리검사라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MBTI가 인기 있는 이유

위의 얘기들처럼 MBTI가 신뢰성이 부족하더라도 MBTI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릅니다. 어쩌면 이는 일시적인 것이 아닌 앞으로 혈액형보다 더 많이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혈액형은 4 가지고, MBTI는 16가지니까 오히려 더 세분화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보고 바넘효과(Forer effect)라고 말합니다. 바넘 효과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진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적 경향을 말합니다. 심리를 단순 4가지 알파벳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간단하게 표현하는 것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것입니다.

결론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MBTI를 좋아하는 제가 보기에도 MBTI는 과학적 근거에 있어 심각한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모로 인기가 점성술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조직을 구성할 때 잘 활용되는 MBTI 성격 유형은 ‘나’라는 소중한 자신을 놓치고 있는 요즘 세대에게 꼭 필요한 검사입니다.

현대 심리학계의 태도로만 보면 MBTI를 유사과학이나 사이비 과학으로 여기에는 조금 미안한 수준입니다. 그들 스스로 이것을 과학적이라 말하지 않으니까요. 어느 정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성격 분류 체계 정도로 보면 될 것입니다.

MBTI는 아직은 비과학적이라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되긴 어렵지만, 지금과 같이 조직에서나 아이스브레이킹 용으로 사용된다면 그 가치를 충분히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MBTI가 과학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비과학이라고 생각하시나요?

MBTI 유형
MBTI 검사